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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故 김근태 고문을 추모하며

방 울 이 2012. 1. 14. 22:15

김근태를 추모하며 | 신나이 사회참여방

 

 

2011.12.30 22:45

 

 

 

 

 

 

 

김근태씨가 오늘 돌아가셨군요.

민주화 운동을 한 많은 분들 중에서도 김근태는 매우 특별한 분입니다.

제가 기자생활을 할 때 김근태씨를 국회에서 본 적이 있었어요.

국회의원들은 보통 점심값이 30만원 이상 듭니다.

혼자서 먹는 경우가 거의 없고 기자들이나 유권자들과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이 부담하는 경우가 많지요.

기업인들과 점심을 먹을 때는 기업인들이 부담하지만 그 이외의 경우는 보통 국회의원들이 부담해요.

그렇다고 대충 설렁탕이나 갈비탕을 먹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한식집이나 호텔에서 먹는 경우가 많아요.

이러다 보니 점심값만 보통 한달에 천만원 이상 쓰는 의원들이 많습니다.

한 달에 활동비를 아무리 아껴써도 5천만원이 넘는다고 불평하는 의원들이 많아요.

조금 풍족하게 쓰는 경우는 보통 1억이 넘지요.

한 달에 공식적으로 받는 세비는 천만원 남짓이라 나머지 대부분의 돈을 어디에서 만들어 내는 지는 사실 뻔한 상황입니다.

정몽준 의원같은 재벌이야 한달에 1억이 우습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은 검은 돈을 받지 않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어쩌다 뇌물사건으로 걸리는 동료의원들을 쉽게 비난하기 어렵지요.

걸린 사람은 운이 없었을 뿐이라는 것을 잘 아니까요.

 

 

 

 

김근태는 국회에 진출한 뒤 이 상황에 적응이 안돼 무척 고생했어요.

당시 알아서 기는 기업들이 은근히 돈을 대주려 했지만

목숨을 걸고 민주화를 이끈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죠.

그렇다고 기자들에게 소홀히 할 수도 없어서

기자와 밥을 먹을 때는 의원식당에서 맛있는 밥을 사주고

혼자서 먹을 때는 여의도 뒷골목 분식집에서 라면에 김밥을 시켜먹곤 했지요.

우연히 이 모습을 목격한 기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지요.

 

 

 

사실 대부분의 의원들은 국회에 있는 의원식당에서 나오는 밥도 맛이 없다고 잘 안먹거든요.

아마 한 끼에 만원 정도 하는데, 밖에서는 만원으로는 도저히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맛있지요.

그래서 의원 식당에서는 주로 보좌관들이 돈을 아끼기 위해서 밥을 사먹고 의원들은 밖에서 비싼 것을 주로 사먹지요.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바닥의 상황을 처절하게 겪은 김근태에게 의원식당의 밥은 정말 진수성찬이었지요.

동료의원들이 왜 이렇게 맛있고 값싼 밥을 안먹고 호텔로 다니는 지 잘 이해를 못했어요.

 

 

 

 

김근태가 젊음을 바친 시기는 지금으로서는 정말 상상이 잘 안되는 상황이었죠.

그가 안기부에서 당한 고문은 국제 인권단체에서도 대표적인 고문사례로 꼽을 정도로 잔혹한 것이었어요.

인간이 가장 통증을 느끼는 신체부위가 어딘 줄 아시나요?

바로 손톱 밑의 분홍빛 여린 피부입니다.

고문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다면

바로 손톱 밑의 이 여린 살을 바늘로 살포시 찔러보면 알 거예요.

그 때 느껴지는 온 몸의 신경을 칼로 쑤시는 듯한 통증이 바로 가장 가벼운 정도의 고문일 겁니다.

그가 당한 고문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지요.

사지와 성기에 전기선을 연결한 후 가하는 전기고문은 온 몸과 뇌를 갈기갈기 찢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합니다.

한 번 당하고 나면 두번째는 전기선을 준비하는 고문경관만 봐도 까무러칠 정도의 공포감을 준다고 해요.

이근안이라는 인간백정이 김근태를 고문하며 실실 미소지으며 전기고문을 준비할 때 김근태는 다시 한번 견뎌낼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했다고 합니다.

 

 

 

 

그런 김근태가 국회의원이 됐을 때 한나라당 의원들이 느꼈을 공포감은 대단한 것이었지요.

김근태에 대한 두려움과 미안함으로 말도 못붙이고 뒤에서 쑤근거리기만 했지요.

그런데 웬걸...

4년이 지난 후에 인기투표를 해보니 김근태가 1위로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토록 잔인한 고문을 당한 김근태가...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인정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신사적인 의원 1위였죠.

그는 국회의원으로 지낸 12년간 내내 동료의원들의 평가 1위였습니다.

한 인간이 그토록 잔인한 고문을 견뎌내기도 어렵지만

고문을 견뎌낸 후 가해자에게 끝까지 자비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런 김근태가 오늘 지구를 떠났군요.

그를 봤을 때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었죠.

세계적인 인정을 받던 김대중도 자신이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모하는 분이라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자신들이 이루어낸 정부가 국민들을 충분히 행복하게 해드리지 못하는 것에 끊임없이 미안해하기만 했습니다.

어떻게 최초의 민주화된 정부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요.

 

 

 

김근태님.

이제 편히 쉬세요.

다음 생에는 온 몸을 찢기며 싸워야 하는 시기에 태어나지 마시고

편안하게 영적인 진화를 즐기는 시대에 태어나세요.

님이 수행을 했다면 가장 빨리 영적 진보를 이룰 수승한 근기를 가진 분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당신과 같은 분들이 온 몸을 던져 고통을 받아주었기 때문에 저처럼 게으른 사람도 영적인 수행을 즐길 수 있었겠죠.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아마도 제가 민주화 운동을 한 분의 죽음을 이토록 애도하기는 처음일 것입니다.

김근태님 사랑합니다.

 

 

 

 

 

 

출처 : 어둠 속에 갇힌 불꽃
글쓴이 : 정중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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