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굴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 해 / 박두진
1.
고딩땐가 국어시간에 이 시를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고딩 수업시간에 배우는 시는 참 재미없기 이를데 없죠.
시란 가슴으로 느껴야 제 맛을 알수있는건데
시적자유가 어떻고 주제가 어떻고 단어 밑에 빨간 줄 파란 줄 그어가며
무슨 기계부속 해체하듯 배우는 시는 시일수가 없었죠.
하여간 고딩때 이 시를 국어책에서 봤는데
아름다운 시어에 모두가 화합해서 잘 살아보자는 웅장한 시인의 기원이 맘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보다보니 이 시가 해방직후에 쓰여진 시라는걸 알고 약간은 실망스럽기도 했죠.
적어도 혼란기의 모름지기 지식인이라면
치열하게 시대와 싸웠어야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대와 맞서 피흘리며 죽어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앉아 펜대질로 혼란한 세상과 한발자욱 떠나 있는 척하는
이른바 청류를 연상케 하는 먹물근성이 엿보여 싫었다고 할까요.
시는 언제나 시대를 지키는 칼이고 피이고
칼과 피란 그렇게 유약하지도 우아할수도 없는 것이니까요.
2.
조하문의 마그마.
중학생때인거 같은데 젊음의 행진인지 영일레븐인지
거기서 이 노래를 부르는 조하문과 마그마를 봤습니다.
첨엔 노래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노래 가사라면 사랑타령에 구구절절한 스토리가 있었는데
이 노래는 무작정 해뜨라면서 내용도 없는 가사가 귀에 설었습니다.
이 가사가 박두진 시인의 시였다는건 오랜 후에 안 사실이었구요.
그러나 보컬과 리듬이 무척 끌려서 엘피도 사고
당시 우리 학교 운동회 때는 교내밴드가 연주를 했는데
거기서 키타를 치던 나는 이 곡을 레퍼토리로 삼아 연주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마그마의 보컬 조하문은 후에 솔로로 나와서 감미로운 발라드로 인기를 모으기도 했는데
역시 이 조하문과 그때 마그마의 보컬이 같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안 것도
시간이 많이 지나서였지요.
25년도 넘은 노래인데 지금 들어도 별로 리듬이나 보컬이나 가사나
촌스럽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않네요.
역시 명곡입니다.
해야 / 조하문 (마그마 1집, 1981)
어둠 속에 묻혀있는 고운 해야 아침을 기다리는 애띤 얼굴
어둠이 걷히고 햇볕이 번지면 깃을 치리라
말간 해야 네가 웃음 지면 홀로라도 나는 좋아라
어둠 속에 묻혀있는 고운 해야 아침을 기다리는 애띤 얼굴
해야 떠라 해야 떠라 말갛게 해야 솟아라
고운 해야 모든 어둠 먹고 애띤 얼굴 솟아라
눈물같은 골짜기에 서러운 달밤은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라
해야 떠라 해야 떠라 말갛게 해야 솟아라
고운 해야 모든 어둠 먹고 애띤 얼굴 솟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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