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부엉이 어미가 사냥해온 먹이 감을 먹기 좋게 뜯어서 골고루 먹여주는데
먼저 태어나 실한 녀석이 먹이 감을 통째로 덥석 낚아 채 물고는 단숨에 삼킨다.
순간 야생 세계도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천연기념물 제324호 수리부엉이
둥지 주변에서 하룻밤
아직 겨울바람의 힘이 남아있는 3월
해가 질 무렵 서해바닷가 절벽 둥지 주변에 위장텐트를 설치하고
텐트 안에 홀로 앉아서 서해의 일몰을 바라보고 있으니
동해바다 파도소리처럼 힘찬 소리는 아니지만 부드러운 파도소리와
해안선 가로등불이 구불구불 늘어서 있는 밤 풍경이 나를 편안하게 한다.
해가진 하늘에 영롱한 별꽃도 활짝 피고 반달이 내려다보고 있다.
고요한 절벽 주변에서 수리부엉이 수컷이 간간이 소리를 내기 시작 한다.
둥지 속 암컷이 귀를 쫑긋 세우고 반대쪽 절벽을 바라보는 것으로 보아
수컷은 둥지가 잘 보이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것 같다.
텐트에서 부드러운 조명을 밝혀서 그렇지 암컷이 경계의 눈빛이 가시지가
않더니 변함없는 조명 빛과 조용한 분위기에 경계를 풀고 어린 새끼들과
입도 맞추고 수컷이 사냥 해다 준 둥지 바닥에 있는 쥐를 잘게 뜯어서
어린것들에게 골고루 먹여주고 자기도 먹는다.
카메라 작동 소리에 암컷의 눈빛이 두리번거린다.
암컷이 품고 있던 어린 것 들을 놔두고 일어서서 좌우 날개를 번갈아
펴주고 다리도 펴주고 나서 날아 나간다.
카메라소리에 놀라서 날아간 것 같아서 걱정이 앞선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불어와 둥지 주변이 몹시 추운데 이제 솜털만 나있는
둥지 속 새끼들이 체온이 떨어져 죽을까봐 걱정이 된다.
텐트 속에도 추위가 감돌며 온몸이 차가워진다.
반갑게도 암컷이 20여 분만에 돌아와 어린것들을 정성스럽게 가슴 폭에
품느라 자기 몸을 좌우로 흔들고 앉는다.
10시 20분 암컷의 눈빛이 어딘가를 응시한다.
드디어 기다리던 수컷이 먹잇감을 사냥해 돌아와 암컷 부리에 전해주고 날아간다.
암컷은 먹잇감으로 받아 물고 있던 쥐를 돌아앉아서 뜯는다.
장시간 밝혀둔 조명 빛도 희미해진다.
둥지위쪽에서 푸드득 무언가 날아가는 소리에 먹이를 뜯어 어린것들에
먹여주던 암컷이 둥지 위를 바라보기 위하여 고개를 최대로 뒤로 저치고 응시한다.
수컷이 다시 무엇을 사냥해 오는지 보려고 기다리는데 돌아오지 않는다.
추운 몸을 침낭 속으로 들어와 졸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다가 몹시 추워
잠에서 깨어나니 새벽 3시 40분 수컷이 다녀갔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2008년 3월 밤 강화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