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은 상대적이다.
사랑에서 평등이란 없다.
만약 사랑을 양으로 측정할 수 있다면
언제나 그 양이 많은 쪽이 안달하고 매달리게 된다.
넘칠 정도로 가득 찬 사랑을 가진 사람은
그 무게에 스스로 질식하고 만다.
반면에 약간의 공간을 남겨둔 쪽은 언제나 여유롭다.
가득 찬 쪽은 상대의 사랑도 가득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노력은 상대의 사랑을
조금씩 줄어들게 만드는 결과만을 초래한다.
바람둥이가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람둥이는 결코
한 상대에게 넘치도록 사랑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사랑은 여러명의
이성에게 공평하게 합리적으로 똑같이 분배된다.
그래서 이성이 느끼기엔 언제나 사랑이
모자랄 수 밖에 없다.
바닥에 찰랑대는 사랑은 그
를 더욱더 소유하고 싶게 만들고
가득 채워주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랑은
늘 불신과 소유의 욕망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이론은,
실제 사랑이라고 불리는 감정상태에서는
아무런 지침이 될 수가 없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면서도 사랑에 빠지는 순간
하루종일 전화를 기다리거나,
참을 수 없는 질투로 스스로를 자해하거나
몇 시간을 달려서
상대를 보러가는 식으로 스스로를 바보로 만든다.
어째서 인간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걸까
어째서 인간은 언제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맹렬히 질주할 수 밖에 없는가.
- 미셸 투르니애 '소크라테스와 헤르만 헤세의 점심'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