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 bin ich(나는 나)

방 울 이 2015. 4. 22. 20:17

 

나는 나


유디트 얀베르크.엘리자베트 데사이 지음, 조선희 옮김/지향

 

 

 

 

 

 

 

 

 

 

 

 

이 책의 저자인 유디트 얀베르크는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스트의 이미지와 동일하다. 그녀는 권위있는 남자들이 보여주는 상투성과 이중적인 모습을 날카롭게 간파할 수 있으며, 대중 앞에서 엄청난 망신을 줄 정도로 공격적이다. 핍박받는 여성의 권익을 위해서 과감히 앞장서며,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들과의 교류에도 열성적이다.

유디트는 17년 간의 불행한 결혼 생활에서 과감히 벗어났다. 정상적이지 못한 가정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유디트는 안정된 결혼에 대해 의무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불행했던 성장기를 자식에게 세습시키지 않아야겠다는 강박관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결심은 무너져버렸다. 불행한 자신에 좌절한 나머지 첫번째 아이인 피아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주지 못했으며, 자신의 결심을 지키지 못했다는 실망감 때문에 더욱 더 불행한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p30. 내 아이를 증오했다. 그리고 나는 이 증오감에 수치를 느꼈고, 보통 여자들의 정상적인 감정이 내게는 없다고 나 자신을 경멸하였다. 그것은 무서운 죄책감을 낳았다.

 

유명한 정치가의 아내로서 외부의 부러움을 받았지만, 유디트의 생활은 지옥과도 같았다. 그녀의 남편은 육체적, 정신적인 폭력을 일삼았으며, 한번도 아니고 세번이나 비참한 기분으로 유산을 해야만 했다. 그녀가 이혼을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너무 가혹한 결혼 생활이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p52. 나는 '사소한 일' 때문에 가정을 파괴하는 경망스러운 여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가난하고 힘겨운 생활이지만, 그녀는 이혼을 결심하고 두 딸과 함께 도시에서의 생활을 시작하였다. 싱글맘은 상상하기에도 어려운 역할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녀는 당당하게 맞서려고 노력한다. 현실에 충분히 감사하면서 자아를 실현하고 있다.

이 책은 결혼을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일상적으로 받아들일만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극단적인 상황을 다루었다는 생각이지만, 누구나 어느 정도의 불만을 가지고 결혼 생활을 영위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지금은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몇 년이 흐른 뒤에도 지금과 같이 행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남편과 아내와 자식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결혼 생활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배우자를 사랑하고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언제나 행복할 것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경청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대화를 하고, 서로를 배려해 주어야 한다. 집안일을 하지 않고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폭력을 일삼는 사람은 사랑하는게 아니다.

두번째는 끊임없는 자기개발이다. 가족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항상 똑같은 사람은 질리기 마련이다. 변화를 추구하고 나은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사람은 신선하고 관심이 간다. 남편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최악의 아내는 자신에게 투자하지 않는 아내이다. 이혼한 뒤에 유디트의 모습에 전남편이 찾아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자아 실현의 욕구에 귀를 귀울이도록 하자.

p240. 삶이란 결국 깊고 깊은 욕구와 그 솔직한 발산, 모험인 거야. 내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 소문만으로 돌아서 버리는 것은 옳지 않아. 나는 일을 겪고 그리고 판단할 만한 자신감을 갖지 않으면 안 돼.

마지막은 타인의 시선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유디트는 자신의 강박관념 뿐만 아니라 성공한 정치인의 아내로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 때문에 본인의 행동을 제약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더이상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기 시작하면서 과감히 이혼을 선택하고 자아를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결혼 생활에 대한 불만은 타인과의 비교 때문인 경우가 많다. 옆집 남편과 아내를 비교하면서부터, 배우자를 저울질하기 시작하고 불만이 쌓인다. 이 세상의 단 한 사람으로 배우자를 소중하게 바라본다면, 더 이상의 불만은 없을 것이다.

p274. 나는 타인의 걱정을 덜어주어서는 안 되리라고 생각한다. 불안을 극복하는 연습을 우리는 스스로 불안에서 자신을 해방시키는 방법 외에는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유디트의 인생과 선택을 보면서 많은 공감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인생은 너무나 극단적인 케이스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다르게 말한다. 내가 느끼는 뉘앙스는 결혼이라는 둥지에 갇혀있지 말고 새로운 삶을 자유롭게 개척하라는 쪽에 가깝다. 그녀는 남편과 합의하여 '개방결혼'이라는 자유 연예 사상을 따랐으며, 이혼 후에도 여러 남자들과 함께 지냈다. 남편이 17명이나 되는 정부를 가지고 있다는 말은 암묵적으로 비난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는데, 핀트가 어긋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페미니스트와 마초는 평생동안 서로 논쟁하는 존재이다. 국내에서도 된장녀, 된장남들의 설전이 익숙하게 되었다. 그들은 방향만 다를 뿐이지, 놀랄 정도로 유사한 태도를 보인다. 합리적인 대화를 거부하고, 극단적으로 과격한 태도를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유디트의 결혼 생활은 페미니스트와 마초의 입장 확인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서로를 조금만 더 이해해주고 배려하는 자세를 보인다면,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조금만 더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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