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글

촛불 대신 바친 13살 주미의 저금통장

방 울 이 2008. 6. 13. 15:04
촛불 대신 바친 13살 주미의 저금통장
입력: 2008년 06월 13일 03:05:37
 
ㆍ6·10 집회 가자던 초등생 불의의 사고로 사망
ㆍ“딸아이 정성으로 희망의 촛불을” 부모가 성금

함께 촛불집회에 가자고 약속한 열세살 어린 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딸과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지 못한 부모는 아이의 저금통장에 들어있는 62만9000원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보냈다. 국민대책회의는 자신을 ‘일산에 사는 박모씨’라고 밝힌 한 시민이 이러한 사연을 담은 e메일과 함께 후원금을 보내왔다고 12일 밝혔다.

e메일 내용에 따르면 박씨는 올 2월 중국 출장을 갔다가 이달초 귀국했다고 한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쇠고기 문제를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박씨는 “국민의 주권을 찾고자 밝힌 촛불이 그 숫자를 더해갈 때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더없이 자랑스럽고 고마웠다”고 했다. 그래서 돌아오자마자 아이들에게 “10일 시청앞 촛불집회에 가자”고 약속했다.

박씨는 “우리 가족도 작은 힘이나마 보태자면서 함께 참여한다는 의미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설명했을 때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고 회상했다.

그것이 딸 주미(13·초6)와의 마지막 약속이었다.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아이들과 함께 시골집을 방문했던 현충일 연휴에 주미가 때이른 물놀이를 나갔다가 사고로 숨졌기 때문이다.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옳고 그름을 잘 가려 행동하는 믿음직스러운 둘째딸이었다. 박씨 가족은 10일 약속대로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촛불을 드는 대신 주미의 장례를 치러야 했다.

박씨는 사랑하는 딸을 떠나보내고 유품을 정리하다 딸이 오랫동안 모아온 저금통장에 제법 많은 액수가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박씨는 “주미와 한 마지막 약속, 그 촛불집회에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아이가 모아온 소중한 이 돈으로 함께 촛불을 만들고 싶다”며 딸이 생전에 저축한 62만9000원을 국민대책회의 후원계좌에 입금했다. 주미 어머니도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보람될 것 같다”며 남편의 뜻에 동의했다.

박씨는 “아이와의 마지막 약속은 지키지 못했지만 아이가 모아온 소중한 정성을 보내니 부디 희망을 만드는 데 사용해 주시기 바란다”고 편지를 끝맺었다.

국민대책회의는 홈페이지에 박씨의 사연을 소개한 뒤 “주미가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길 진심으로 기원하겠다”며 “주미가 보내준 소중한 후원금을 값지게 사용해 부모님과 주미의 뜻을 기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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